Airflow 한국 사용자 모임 PyCon Taiwan 원정대 후기(준원 편)

Airflow 한국 사용자 모임 PyCon Taiwan 원정대 후기 (준원 편)

출발 이틀 전 밤, 캐리어를 열고 제일 먼저 채운 건 옷이 아니라 과자였습니다.

말랑카우, 꼬마약과, 비쵸비, 오레오 BTS 한정판까지. 대만에서 만날 분들께 한국 과자를 하나씩 나눠드리고 싶어서 캐리어 하나를 통째로 과자에 내줬거든요. 제 짐은 결국 가방을 하나 더 챙겨서 따로 담았습니다. ㅋㅋㅋ

이번에 Airflow 한국 사용자 모임 운영진 다섯 명이 함께 PyCon Taiwan 2026에 다녀왔습니다.

단순히 참가자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저희가 직접 준비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 Airflow 한국 사용자 모임 커뮤니티 부스
  • 한국에서 해온 커뮤니티 활동을 소개하는 포스터 세션
  • Apache Airflow 오픈 스페이스 (대만에서 여는 Airflow 생일파티!)

한국에서 밋업을 열고, 컨트리뷰션 프로그램으로 함께 오픈소스에 기여해 온 이야기를 해외 PyCon에서 직접 소개하는 건 저희 모두 처음이었습니다.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됐던 대만 원정 이야기, 시작해 볼게요.


0일차: TW 도착!!!

저와 상곤님은 비행기가 지연됐는데도, 어쩌다 보니 먼저 출발한 영욱님과 노은님보다 숙소에 먼저 도착했습니다. (두 분은 MRT를 타고 오다 반대 방향으로 한 정거장을 걸으셨다고… 자세한 건 영욱님 후기를 참고해 주세요. ㅋㅋㅋ)

도착하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숙소를 한 번 쓱 둘러본 뒤, 둘이 동시에 꺼낸 말은 이거였어요.

“배고픈데 점심부터 먹죠.”

“일단 나가면서 생각해요.”

이 사진은 나중에 숙소에 들어온 영욱님이 찍어서 보내준 건데요. 짐이랑 슬리퍼만 덩그러니 두고 나간 거 보면, 저희가 얼마나 급했는지 딱 보이죠? 제가 두고 간 슬리퍼가 그렇게 초라해 보였나 봐요. ㅋㅋㅋ

호다닥 나가서 구글맵을 뒤지며 걷는데, 주변 식당이 전부 오후 5시부터 문을 연다고 합니다.

그때 상곤님이 물으셨습니다.

“모스버거 먹어봤어요?”

“아니요, 처음 들어봐요.”

“그럼 가죠.”

그런데 키오스크는 영어와 중국어만 지원되고, 결제는 언어를 바꿔가며 뭘 해봐도 되지 않았습니다. 라인페이? 그런 건 없는데… 혹시 중국처럼 QR 결제만 되는 건가?

몇 번 더 시도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먹고 조용히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익숙한 세븐일레븐 간판이 보여서 “아 그냥 여기서 먹죠” 하고 사 온 게… 주먹보다 작은 주먹밥이었습니다. ㅠㅠ “저녁에는 맛있는 거 먹겠죠 뭐” 하면서 버텼어요.

그 시각 영욱님과 노은님은 만두로 푸파 중이셨다고 합니다. ㅋㅋㅋㅋ

다행히 저녁에는 다 같이 欣葉(신예)에서 제대로 된 대만 요리를 먹으며 낮의 굴욕을 만회했습니다. 배 채우고 나와서 본 타이베이 밤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밝고 북적였어요. 신호 기다리는 스쿠터 떼랑 빼곡한 간판들을 보니까 그제야 “아, 대만 왔구나” 싶더라고요.

臨江街(린장제) 야시장도 잠깐 들렀는데, 다음 날부터는 바쁠 테니 첫날은 가볍게 구경만 하고 들어왔습니다.


1일차: 드디어 PyCon TW 시작!

PyCon Taiwan 2026은 타이베이 의학대학교(Taipei Medical University)에서 열렸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시계탑이 서 있는 캠퍼스가 정말 예뻤어요.

Airflow 부스 오픈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부스부터 세팅했습니다. 테이블보를 깔고 굿즈를 꺼내는 사이에 벌써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Airflow 테이블보 위에 대만 국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꽂아두니 그제야 실감이 났습니다. “한국 Airflow 커뮤니티가 대만에 왔다!”

부스에서는 Airflow 한국 사용자 모임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리고 그동안 어떤 밋업과 컨트리뷰션 활동을 해왔는지 소개했습니다.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What is Airflow"였긴합니다. Airflow를 이미 업무에서 쓰고 계신 분부터 이름만 들어봤다는 분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찾아와 주셨어요.

바람개비가 이렇게 인기일 줄은

이번 부스에서 제일 인기 많았던 건 단연 바람개비였습니다. Airflow 로고를 닮은 바람개비를 직접 접어 갈 수 있게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엄청났어요.

오후가 되니 주황단 PyCon KR 오거나이저분들까지 바람개비를 들고 다니고 계시더라고요. 행사장 곳곳에서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걸 보니 괜히 뿌듯했습니다. ㅎㅎ (저도 저기 소속이기도한데 눈치보였음다.)

대만에서도 Airflow 생일파티

오후에는 오픈 스페이스에서 Apache Airflow 생일파티를 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Airflow 생일파티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프로젝트 이름이 Flux에서 Airflow로 바뀐 이야기를 곁들여 Re-birthday Party라는 콘셉트로 준비했습니다. 대만 Airflow 커미터인 Wei님이 케이크까지 준비해 주셔서 더 특별한 자리가 됐어요.

케이크 나눠 먹으면서 Airflow 역사 얘기부터 각자 Airflow 어떻게 쓰고 있는지까지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어요. 테이블에 대만 국기, 태극기, Airflow 깃발이 같이 꽂혀 있는 것도 괜히 좋더라고요. 나라는 달라도 Airflow 얘기만 나오면 다들 신나서 떠드는 게 재밌었습니다.

이날 Wei는 라이트닝 토크에서 저희 활동을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2일차: 부스 이틀째, 오늘도 바람개비

든든하게 먹고 출근

둘째 날은 부스를 하루 종일 지켜야 하니까 아침부터 든든하게 챙겨 먹었습니다. 시먼딩 富宏牛肉麵(푸홍 우육면)에서 우육면 한 그릇, 근처 三兄妹(싼슝메이)에서 빙수까지. 아침부터 우육면에 빙수라니, 대만이라서 가능한 조합이었어요. ㅋㅋㅋ

참고로 이날 우육면과 빙수는 제가 쐈습니다. :smiling_face_with_sunglasses:

다시 Airflow 부스로

둘째 날도 부스는 쉴 틈이 없었습니다. 첫날 소문이 났는지 바람개비를 접으러 오시는 분들이 계속 있었고, 같이 둘러서서 접다 보면 자연스럽게 "Airflow 써보셨어요?"로 이야기가 넘어가더라고요.

첫날 포스터 세션에서 만났던 Snowflake의 Sho 님도 다시 찾아와 주셨습니다. 직접 바람개비를 만들고, Snowflake 스티커까지 나눠 주셨어요. ㅎㅎ

점심 무렵에는 포토월 앞에서 한국에서 온 커뮤니티들끼리 단체사진도 남겼습니다. (여기서도 존재감 드러내는 바람개비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어느새 행사가 끝날 시간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부스를 정리하던 중에 우연히 찍힌 건데요. 제대로 찍을껄 그랬.. 아쉽네요.

이틀 동안 부스에서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Airflow를 이미 쓰고 계신 분, 처음 들어본 분, 한국 커뮤니티가 궁금해서 오신 분까지. 처음엔 해외에서 우리 커뮤니티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가고 싶다고 했더니 진짜 데려가 주신 101

부스를 정리하고는 타이베이 101로 향했습니다. 사실 101은 제가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곳인데, 형 누님들이 정말로 데려가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folded_hands:

전망대에 올라가니 마침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해가 지고 불이 하나둘 켜지는 걸 내려다보고 있으니, 정신없던 이틀이 그제야 끝난 느낌이었어요. 진짜 많은 사람을 만난 이틀이었습니다.


3일차: 이란 당일치기 & 다 같이 저녁

행사가 끝난 다음 날은 타이베이를 벗어나 이란(宜蘭)으로 향했습니다. 기차 창밖으로 물을 가득 채운 논이 끝없이 펼쳐지더라고요.

카발란 증류소도 구경하고, 탁 트인 시골 풍경도 실컷 봤습니다. 이틀 내내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 이렇게 조용한 풍경 속에 있으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어요.

저녁에는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와 대만 Airflow 커미터분들, 그리고 여러 나라의 Python 커뮤니티 분들과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북경오리부터 시작해서 요리가 끝도 없이 나왔는데, 먹으면서 각자 자기 나라에서 커뮤니티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행사장에서는 부스 지키느라 길게 얘기하기 어려웠는데, 원탁에 둘러앉으니 얘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더라고요. 중국어는 하나도 이해못했지만요. ㅎㅎ


마무리

그리고 매일 밤, 숙소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보드게임판이 펼쳐졌습니다. 낮에는 부스를 지키고 밤에는 카드 게임을 하다 잠드는 일정이었는데, 다들 어디서 그런 체력이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그리고 이 보드게임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영욱님이었습니다. 바퀴벌레 포커 개그맨 영욱님의 연패 행진… 매일 밤 그걸 보는 게 너무 웃겼어요. ㅋㅋㅋㅋ

돌아오는 날 다시 캐리어를 열었습니다. 올 때 한국 과자로 꽉 차 있던 자리는 이제 카발란 위스키와 기념품으로 채워져 있었어요.

갈 때는 과자를 잔뜩 들고 가서 나눠드리고, 올 때는 대만에서 산 것(술밖에없음)들을 잔뜩 들고 왔네요. ㅋㅋ

한국에서 해온 활동을 알고 찾아와 주신 분들도 있었고, 그 덕에 또 새로운 분들을 알게 됐습니다. 이걸 혼자가 아니라 운영진들이랑 같이 겪어서 더 재밌었고요.

결론: 영어 공부하자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남은 건 사실 이거였습니다.

저를 빼고 노은님, 지현님, 영욱님은 영어로 대화를 술술 이어가시더라고요. 반면 수능 영어 3등급인 저는… 유치원생 수준의 영어로 나름대로 열심히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ㅋㅋㅋ 손짓 발짓에 바람개비까지 동원하니 어떻게든 통하긴 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반도 못 꺼낸 순간이 많아서 아쉬웠어요.

부스에서, 오픈 스페이스에서, 저녁 식사에서 오가던 이야기에 제대로 끼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커졌습니다. 다음 해외 행사에서는 바람개비 대신 영어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이번에는 진짜로 영어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Airflow 한국 사용자 모임이 다른 나라 커뮤니티와 더 자주 만나고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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